53. 행복할 수 있는 조건

사람은 누구나 순간에 살고, 순간에 죽습니다.
이러한 자연의 순리를 벗어난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100년 1000년 마음은 살 것 같지만 순간 후의 일도 아무도 모릅니다.
유한한 삶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행복해야 합니다.
유한하기에 살아있는 동안 행복을 추구하고,
행복을 느끼며,
실제로 행복을 체험하며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시시포스의 후예인 우리는 행복의 조건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행복하려면 조건자체를 행복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진다."는 명언을
'인간조건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모든 조건을 행복으로 받아들여야
행복해진다.'고 바꾸면 모순일까요?
뜨거운 여름 막노동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학교 건축현장, 1층에서 자갈이나 모래를 질통에 짊어지고
사다리를 타고 2층 공사현장으로 올라가는 일입니다.

우선 1층에서 질통을 받쳐놓고 모래나 자갈을 퍼 담습니다.
위에서 자갈 하면 자갈을 부지런히 통에 채우고
모래 하면 모래를 질통에 가득 채워서 올라갑니다.
퍼 담기는 모래가 쉽고, 모래가 자갈보다 무겁습니다.
이제 질통에 담은 모래가 쏟아지지 않도록
질통바닥을 당기는 끈을 쥐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갑니다.
족히 30키로 이상 되는 무게가 어깨를 짓누릅니다.
어깨에 의지한 끈은 어깨를 파고들듯 아파오지만 참고 오릅니다.
그렇게 2층에 올라가 짐을 쏟기 위해 줄을 놓으면 어깨가 자유를 얻고
하늘로 부풀어 오르듯 시원하고, 마침 불어오는 바람이 상큼합니다.

짐을 져야 하는 일에 행복한 조건은 없습니다.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데 2분여가 걸린다면 줄을 놓는 순간은 3초도 안됩니다.
행복한 삶을 살려면 고통스러웠던 2분을 기억하지 않고
시원하게 해주었던 줄을 놓는 순간의 3초를 기억하는 일입니다.
세상을 불행하게 사는 사람은 고통스러웠던 2분만 생각합니다.
반면 행복한 사람은 짧았던 3초간의 행복을 생각합니다.
조건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조건 자체를 즐겨서 행복합니다.
행복하려면 행복한 순간들, 행복한 조각들을
기억으로 한 데 모아 행복한 추억을 만들며 사는 일입니다.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많이 기억하는 사람은 불행할 수 밖에 없다.
행복한 사람은 길었던 고통을 기억하지 않고
짧았던 행복한 순간만을 기억할 줄 아는 삶의 태도를 갖고 있다.
조건이 행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행복을 생산한다.*
-최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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